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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관심을 가지고 아우디 TT를 살펴보기 전까지는 필자에게 TT는 '귀여운 아우디'의 느낌으로 그냥 미니(MINI) 같은 작고 귀여운 패션카의 한 종류였다. 그런데 운전대를 잡고 도로로 나갔을 때 처음 느낀 것은 당혹감이었다. 분명히 작은 차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작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TT는 과연 작은 차일까?
이왕 미니 얘기가 나왔으니 미니와 비교를 하자면, 3세대 미니의 전고는 1414mm, 전폭 1727mm이다. TT의 전고는 1353mm, 전폭은 1842mm. 즉, TT가 미니보다 낮고 넓다. 전장은 미니가 3850mm, TT가 4178mm이다. 확실히 TT가 미니보다는 크다 할 수 있다. 참고로 아반떼MD의 전폭은 1775mm이다. TT가 아반떼MD보다 무려 7cm 정도나 더 폭이 넓은 것이다.
<구형SM3와 소울과의 높이를 비교해본다. 카메라의 화곽 왜곡을 감안하더라도 TT가 확실히 높이가 낮다.>
폭이 넓고 높이는 낮은 TT의 크기 비율을 보면, TT는 귀여운 차라기보다는 확실히 스포츠카에 가깝다. 사실 MINI도 알고보면 그 주행 본질은 패셔너블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데, MINI 보다 더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차체 비율을 가진 TT 로드스터는 과연 어떤 차일까?
3박 4일 동안 성남과 남해 왕복 거리를 포함해 총 1133km를 달리면서 TT 로드스터에 대해 느낀 점들을 적어본다.
시승차는 지인의 개인 차량으로 갓 2600km를 넘긴 새 차였다. 초기 불량도 없고 차량의 컨디션 또한 아주 좋은 상태였다. 오히려 길들이기가 안끝났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TT 로드스터는 2007년 2세대 풀체인지 이후 연식이 변경되면서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이 조금씩 사양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승차는 2000cc 직분사 터보 엔진이 탑재되고 상시 사륜을 지원하는 콰트로 모델이었다.
로드스터답게 역시나 소프트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소프트탑을 열고 닫는 시간은 13초에서 15초 내외. 뒷좌석이 없는 로드스터들은 탑을 수납하기 위해 트렁크를 열고 닫을 필요가 없으므로, 탑을 수납하기 위해 트렁크를 움직여야하는 컨버터블에 비해 비교적 개폐 시간이 짧다. 무엇보다 시속 30km 정도의 속도에서도 탑을 열고 닫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윈드 디플렉터도 스위치를 통해 간편히 꺼내고 넣을 수 있다. 손으로 일일이 윈드 디플렉터를 설치해야하는 차량을 가진 운전자들이 가장 부러워할만한 기능이다.
<윈드 디플렉터가 중간쯤 올라온 모습: 하단 사진>
스티어링휠은 3스포크 타입에 하단이 잘린 D컷이다. D컷 스티어링휠은 차체가 낮을 때 승하차를 좀더 편하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TT로드스터의 경우, 시트 포지션을 낮춘 상태에서는 일반적 체형의 운전자라면 다리와 스티어링휠 사이의 공간에 여유가 있을 것이다.
<패들쉬프트와 스티어링휠 아래쪽으로 크루즈 컨트롤 레버가 있다>
오히려 바닥과 도어스커프까지의 높이가 의외로 높아서 조금 불편하다. 이런 점은 차체를 낮게 설계한 다른 차들도 마찬가지이지만 TT는 조금 더 높다는 생각이 든다. 힐을 신은 여성의 경우, 힐의 뒷굽이 하차시에 걸리기 쉬워서 요령이 생기기 전까지는 하차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문도 무거운 편이라 차량 간격이 좁은 주차장에서 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들은 더욱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본다.
<스마트폰의 높이와 비슷하다>
계기판은 전형적인 아우디 스타일이다. 빨간색, 흰색, 검은색의 단순한 색 구성은 색상 대비를 높여서 시인성 확보에 도움을 준다. 속도 계기판은 비교적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어 적응하기 전까지는 정확한 속도 인지가 쉽지는 않은데, 가운데 LCD 창을 통해 현재 속도를 숫자로 출력해주므로 불편하지는 않다. 시속 80km를 넘어선 속도에서 계기판 오차와 실제 속도 오차는 시속 3km~5km 정도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둥글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레이아웃은 TT의 외관과 닮아있다는 느낌이다. 최근의 트렌드에 비해서는 조금 촌스럽다고 느낄 부분도 있겠지만, 스포츠카라는 측면에서 특별히 나쁘다고 느낀 부분은 없었다.
<각종 버튼, 기어봉 및 주변 레이아웃에서 둥그런 컨셉을 느낄 수 있다>
< 아우디에서는 유일하게 TT만 동근 모양의 송풍구를 가지고 있다>
<룸미러에는 나침반 방향이 표시된다. ECM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다>
대부분의 로드스터는 뒷좌석이 없는 대신 그 공간을 탑을 수납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트렁크 공간에 탑을 수납하는 컨버터블에 비해 탑 개폐 시간이 빠르고, 탑 개폐에 상관없이 트렁크 공간을 다 쓸 수 있다는게 장점이지만 뒷좌석 공간이 없다는 건 때로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가끔 가방이나 작은 짐, 옷가지 등을 뒷자리에 던져 놓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수가 없다는 건 생각보다 불편함이 잦았다. 남해 여행을 하는 동안 동승자도 DSLR 카메라를 매번 트렁크에서 꺼내와야만했다.
또한, 로드스터의 특성상 시트를 완전히 뒤로 젖힐 수는 없기 때문에 차에서 편히 누워 쉬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시트 사이에는 작은 공간이 있지만 짐을 보관할만큼 넓지는 않다. 기본적으로는 구급 키트가 들어있다.
<구급키트 내용물에 대한 안내>
시트는 눈으로 보기에는 안락함과 스포츠성을 적당히 타협한 느낌이지만, 실제 착석을 하게 되면 엉덩이와 허리 부분이 조금 더 시트 안쪽으로 파묻히게 되어 있고 생각보다 더 몸을 잘 잡아준다. 써킷 주행에서도 몸쏠림을 잡아주는데는 무리가 없다. 시트 위치는 전동식이지만 메모리 기능은 지원되지 않는다.
<스포츠카라면 알루메늄 페달은 기본>
주행편
TT 로드스터는 작아서 가벼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차중량이 1505kg에 달한다. 참고로 미니 3세대의 공차중량은 1100kg 대이고 K5터보의 공차중량이 1520kg이니 결코 가벼운 차가 아니다. 하지만 실제 주행시에 무겁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가속 상황에 따라 약간의 터보랙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2000 RPM 부근을 넘으면 곧 힘찬 반응을 느낄 수 있다.
고속 영역에서는 현대기아의 2.0 직분사 터보 엔진보다 조금 출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중저속에서의 가속은 TT가 훨씬 앞선다. TT의 기어비가 짧은 편이라 순발력이 좋은 이유도 있지만, 2.0 TFSI 엔진의 토크 밴드가 넓고 사륜의 견인력이 가속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메이커에서 발표한 TT 로드스터의 공식 제로백은 5.8초이다.
TT의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반응성은 스포츠카라기 보다는 일반 차량에 가깝다. 달리 얘기하자면 다루기 편하다는 뜻이다. 브레이크는 초반에 빠르게 반응하고 제동 감각은 선형적으로 유지된다. 세밀하게 브레이킹을 조절해야하는 선수들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세팅이겠지만 일상적인 주행시에는 조작 범위가 좁은 편이 아무래도 편할 수 밖에 없다.
소프트탑 차량이지만 시속 80km 정도까지는 상당히 조용한 편이다. 체감상 이 정도면 A5 카브리올레나 E350 컨버터블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시내 운전에서는 편하고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는 결코 조용하지 않다. 일단 소프트탑 구조가 막아줄 수 있는 소음에 한계가 있는데다가, 국내의 많은 고속도로가 시멘트로 포장되어 노면 소음이 클 수 밖에 없고 광폭 타이어도 한 몫을 한다. 옆 사람과 편한 대화가 힘들어지는 시점이 A5 카브리올레가 시속 120km 부근이었다면, TT 로드스터는 시속 110km 를 넘어가면서 옆사람과 편하게 대화하기가 힘들었다. 장거리 운행시 소음이 피로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TT 로드스터로 장거리 여행을 편하게 하기란 조금 힘들지 않나 싶다.
노면 소음이 덜 올라오는 타이어를 장착한다면 소음 해소에 도움이 되겠지만 TT로드스터에 그런 타이어를 장착하기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TT로드스터는 245/40/R18 타이어가 장착된다.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50A 타이어는 단단한 사이드월과 여름에 높은 그립력이 특징이다. 제네시스 쿠페에 기본 장착되어져 나오는 타이어이기도 하다.>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물론 A6 같은 윗급의 차들만큼은 아니지만 최고속에 이를 때까지도 차량의 거동이 불안하다는 느낌은 없다. 골프GTI와 비교를 해봐도 확실히 TT 로드스터가 더 안정적인데 아무래도 사륜이라는 점이 직진 안정성에 큰 도움을 주는게 아닌가 싶다.
시속 130km 이상에서는 자동으로 리어 스포일러가 올라오는데, 일부러 리어 스포일러를 off시켜보기도 했지만 필자의 감각이 둔한 탓에 리어 스포일러가 주행 안정성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확인을 못했다.
쇽 업소버는 꽤 단단한 편이지만 2세대 미니 같은 극단적인 숏 스트록 세팅은 아니고 조금의 여유는 있다. 사실 TT의 세팅은 이런 류의 차들 중에서는 어떻게보면 비교적 편한 편인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세단의 승차감에 익숙한 사람들은 TT의 세팅이 불편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어쨌거나 확실한 건 오래 타기에 편한 세팅은 아니라는 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로드스터 같은 차는 탑을 열어 젖히고 여유롭게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데 그 본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TT 정도라면 고갯길을 한번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든다. 기계식 콰트로 방식의 다른 아우디 차량들과 얼마나 다른지도 솔직히 궁금하기도 해서, 남해의 한적한 해안 도로의 몇몇 커브길에서 소심하게 커브 공략을 시도해본다.
<느려게 달리는 것을 즐길 수 있다는게 이런 오픈카들의 매력>
요즘 대부분의 차들과 마찬가지로 TT 로드스터 역시 언더스티어 지향이다. 그래도 다른 콰트로들이 그랬던 것처럼 TT 로드스터도 사륜이니까 최대한 뉴트럴을 유지하며 코너를 돌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TT는 좀 다르다. 언더스티어가 발생한 후 언더스티어가 조금 유지되다가 후륜에 구동력이 전달되면서 비로소 안쪽을 파고든다. A5나 A6같은 기계식 콰트로 차량들은 코너를 탈출할 때 가속 페달을 밟으면 후륜의 특성이 먼저 나타나고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슬립을 앞바퀴가 잡아준다는 느낌인데, TT는 오히려 반대라고 느껴진다.
몇 번을 실험해봐도 마찬가지고 처음에는 ESP가 개입하는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ESP를 꺼도 별반 다르지 않아 이건 TT가 가진 사륜의 특성으로 보인다.
어쨌든 후륜에 구동력이 전달되면 이후에는 원하는 라인을 그리면서 코너를 탈출할 수 있다. 다른 후륜, 전륜 차량이었으면 스티어링휠을 민감하거나 바쁘게 움직였을 상황에서도 TT의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은 참 여유롭다는게 인상적이다.
아우디의 일반적인 다른 차량들이 기계식 사륜을 채용한 반면, TT는 전자식 사륜 방식이고, 전륜 구동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후륜에 구동력을 분배한다. 이 때문에 상시 사륜의 장점은 하드한 주행에서만 발휘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일반적인 주행에서도 사륜은 충분히 작동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후륜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마무리
총 연비는 9.7km/l. 그 동안의 주행 상황을 감안하면 2리터 터보 차량의 평균적인 연비라는 생각이 든다. 작아서 연비가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일 수 있겠다.
소프트탑 차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같은 아우디에서는 A5 카브리올레가 있지만 성격은 많이 다르다. A5 카브리올레가 확실히 더 고급 옵션을 제공하고 주행감도 TT에 비하면 부드럽다. 상대적으로 A5 카브리올레가 '편한 차'라면 TT는 '달리는 차'에 가깝다. 결국 TT 로드스터는 작은 스포츠카라는 관점을 중심으로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어딘가 다루기 어려운 점이 하나씩은 있던 기존 스포츠카와는 달리, TT는 다루기가 참 편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반인도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세팅을 하고 있다는게 맞겠다. 물론, 이런 점 때문에 차랑의 한계를 끌어내면서 주행할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아쉬운 부분들이 있겠지만, 그런 정도의 사람들은 TT의 특성들을 알아서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에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애초에 그런 사람들에게 TT는 Z4 같은 차에 비하면 부차적 선택일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사실 차를 선택하는 기준에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이다. 필자도 TT의 결정적 매력 포인트는 디자인에 있다고 생각하며, 주변인들의 반응을 보면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즉, TT는 일반인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끼고 구매할 차이며, 당연히 보통의 운전자와 운전 환경을 고려해서 차의 세팅을 맞추는게 맞지 않을까? 아우디는 패션 스포츠카라는 본분을 잃지 않고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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